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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문병하 목사 2015. 01. 29
조회수 2447 추천수 0


동역자


어떤 사람이 전날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새벽에 집으로 들어오는 중이었다. 지하철에 올랐을 때 운 좋게 자리에 않을 수 있었고 의자에 앉자마자 졸음 때문에 고개는 자꾸 바닥을 향했다. 얼마 후면 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생리적 현상으로 입가에 물기(?)를 묻히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졸음을 참을까도 했지만 어느새 피곤은 모든 의지를 이기고 졸음으로 인도했다.


기도천사.jpg

*기도하는 천사.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자리에 꾸벅꾸벅 조는 채로 세 정거장 정도가 지났을까? 어찌나 큰 목소리였던지 내 잠을 단숨에 빼앗아간 아저씨의 외침이 들렸다.
"여러분, 잠깐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세수를 며칠동안 못했는지 단정치 못한 외양의 어느 아저씨가 통로 중앙에 서서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아저씨의 외침 때문에 졸음에서 깨어난 짜증난 얼굴,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 등 각색의 시선이 모아졌다. 아저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제겐 네살짜리 딸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를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거기까지 말하자 승객들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로군, 얼마나 돈이 아쉬웠으면 딸까지 팔며 저럴까?" 하는 표정이었다. 더 이상들을 필요가 없겠다 생각에 이 사람은 고개를 숙여 다시 잠을 청했고 대부분의 승객들도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의 이어지는 다음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는 이전에 어느 책에선가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해주면 어려운 일도 이루어진 다는 구절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지하철에 타 계신 여러분들도 부디 제 딸이 살아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딸의 이름은 송희입니다."


이 아저씨는 말을 마친 후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다음 칸으로 건너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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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15-02-04 42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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