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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기획_직장 OTL] ② '자율'의 탈을 쓴 회사 행사

 

워크숍·산행·봉사 등 자율 활동이라지만 사실상 강제…


일로 인정받지 못하고음주나 무리한 활동 동반되는 행사로 인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 잇따라

 

<한겨레21>은 제1037호 표지이야기 ‘출근하다 죽겠다’를 통해 장시간 출근길을 함께 버텨보았습니다. 밥벌이의 힘겨움. 어디 출근길뿐이겠습니까.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문제를 ‘직장 OTL’ 시리즈로 꾸준히 다루려 합니다. 당신이 괴로운 까닭을 전자우편(saram@hani.co.kr, wani@hani.co.kr)으로 들려주세요.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습니다. 이번호에서는 장시간 노동도 모자라 금쪽같은 주말마저 헌납하게 만드는 다양한 회사 행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_편집자


단풍이 흐드러지던 시월의 어느 토요일 새벽 6시. 김신영(33·가명)씨가 늘어진 몸을 일으켰다. 금요일 밤 10시. 한 잔만 더 하자는 친구의 청을 마다하고 집으로 향했다. 회사가 몇 달 전부터 공지한 산행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신영씨네 회사의 전 직원은 해마다 등산을 한다. 일종의 단합대회다. 전국은 넓고 타야 할 산은 많다. 올해는 충청도에 가잔다. 직원들 뜻은 아니다. 산이 싫지만, 선택권은 없다. 인사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떳떳하게 빠지려면 병원 진단서 같은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야간자율학습 빠지기보다 어렵다. 그나마 생리 시작일과 겹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토요일 아침 8시. 전세버스가 기다리는 집결 장소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부터 택시를 타고 허겁지겁 뛰어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울적함 뒤로 허기가 밀려든다. 회사에서 준 김밥을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목이 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산행이란 말입니까!’ 가슴속 외침에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다. 오전 10시가 넘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됐다. 수백 명이 코스 하나에 몰리자, 등산객들의 원성이 귓전을 때린다. 목적지는 늘 그렇듯 정상이다. 슬금슬금 옆으로 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사부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한다. 산 정상에 올라 파이팅을 외치는 직원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 같다. 꾸역꾸역 오르다보니 쓸데없는 승부욕이 솟구친다. 임원들과 함께하는 의미 없는 시간을 속절없이 보낸 뒤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토요일 밤 10시였다. 일주일 내내 얼굴 보기 힘들었던 남편과 수다 떨 기운도 없다. 삭신이 쑤시기 시작한다. 등산 후폭풍이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월요일 출근길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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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사 :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5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