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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세상이 좋은 지도자에 의해 좋아진다는 믿음은 미신이다. 세상은 평범한 사람의 삶에서 작은 가치들이 쌓일 때 조금씩 좋아진다.‘사람이 그러면 안되지’‘조금 불편을 겪더라도 쪽 팔리게 살 순 없지’하는 생각들이다. 세상은 나쁜 지배자에 의해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작은 가치들이 무너져 내림으로써 조금씩 나빠진다. ‘세상이 다 그런 거지’. ‘잘못된 거지만 현실이 어쩔 수 없지’하는 생각들이다. 좋은 지도자, 나쁜 지배자는 그런 상황의 반영일 뿐 결코 원인은 아니다.”

 

“[김규항의 혁명은 안단테로] 5학년” 중에서

 

위 글의 ‘세상’을 우리가 다니고 있는 ‘회사’로 바꿔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마다 불만이 있지만 한편으론 ‘먹고사니즘’ 때문에 다른 한편으론 ‘별 수 있겠냐’는 생각 때문에 우리는 쉽사리 행동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으로 저 정도 수준으로도 ‘임원’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월급쟁이로서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고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괜히 입바른 소리하면서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말자고 그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 약간의 금전적인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그런데 ‘의원해직’이라는 웃기는 표현이 실제로 사용되는 공식용어일까요?)까지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일까요? 직원들에게 공포감은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떨지 경영진은 생각해 봤을까요? 일개 직원의 실수는 사규위반에 따른 해고사유가 되지만 그보다 수십/수백 배의 손실과 더불어 직원들에게 정신적 피해까지 끼쳤던 경영진의 실수는 소위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로 얼마든지 면죄부를 받았던/받을 수 있는 것이 지금의 (X같은) 현실입니다.

 

레드휘슬 이용에 대한 회사의 당부말씀도 실소를 자아냅니다.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 운용에 있어 부작용은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시행 전에 일정 수준의 부작용 발생은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고, 회사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바 그러한 부작용 사례는 아직 소수이기 때문에, 회사가 수용할 수 있는/해야 하는 수준이라면 직원들에게 앞으로 쓸데 없는 글은 올리지 마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은 했지만 실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겠지요) 식의 공개 메시지를 띄울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근무기강 확립’이라는 것도 그러합니다. 회사는 2013년에도 직원들에 대한 일련의 징계조치 이후 비슷한 내용을 게시한 적이 있습니다.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내용이 대동소이합니다. 회사에서 판단하고 있는 실제 근태/업무태도 불량자는 혹시 있다 하더라도 매우 소수일 것입니다. 극히 일부분을 가지고 전체 직원들이 문제인양 하는 식의 태도는 옳지 않을뿐더러 직원들의 감정만 건드릴 뿐입니다. (애들도 아니고 …)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의 방침은 효과가 매우 미미할 것이고 혹시 효과가 있더라도 그 효과가 실제로 발휘되는 기간은 매우 짧을 것입니다. 팀장이나 실/본부장이 각 직책에 맞게 업무와 직원들에 대하여 갖고 있는 권한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면 될 일이지 게시판에 띄우는 수고를 할 (난리를 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어려운 경영환경 하에서 난관 극복을 위하여 직원들에게는 업무규정, 복무규정 준수와 근무시간 업무집중 강화, 합리적 비용 집행, 합리성이 결여된 비방 금지를 요구하면서 (이게 난관극복을 위하는 것과 얼마나 큰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면 회사는 장기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2013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네요. 아마 그 이전에도 그랬겠지요. 하는 것이 있다면 ‘2016년 하반기 사업계획 달성전략회의’를 소집하는 것?

 

많은 것들을 그냥 포기하고 지나치면서 사는 것을 현실 탓으로 돌리기는 쉽습니다. 그렇지만, 술 먹고 밥 먹으면서 욕만 하는 것이 참 부질없고 허무하다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꿈틀’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김규항의 말을 빌리자면 ‘회사’가 ‘좋은 사장’에 의해 좋아진다는 믿음은 미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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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익명게시판은 로그인 안하셔도 쓰실수 있습니다~!!!(냉무) anonymous 0 833 2015-01-27 공지 익명게시판은 로그인 안하셔도 쓰실수 있습니다~!!!(냉무)
anonymous 2015-01-27 83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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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2016-08-26 491 1
‘회사’가 ‘좋은 사장’에 의해 좋아진다는 믿음은 미신 anonymous 0 419 2016-06-28 ‘회사’가 ‘좋은 사장’에 의해 좋아진다는 믿음은 미신
anonymous 2016-06-28 4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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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2016-05-20 4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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