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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이라더니 직원 책상에서 PC 빼버린 현대중공업

과장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을 빙자한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9일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일반직노조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일부 조합원 책상에서 PC, 전화기 등을 빼버리는 방식으로 희망퇴직을 압박하고 있다. PC는 그대로 두더라도 사내 전상망 접속을 차단한 사례도 있다.

사측은 또 지난 1일부터 희망퇴직 대상자의 고정 연장근로도 금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는 4급 이상의 직급을 달면 수당 지급 기준에 따라 고정연장 노동수당을 받아왔다.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된 한 조합원은 “동료들은 지금도 오후 6시 이후까지 근무를 하는데 유독 저만 시간통제를 해서 오후 5시에 퇴근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우”라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강제퇴직의 압박으로 고정연장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오후 5시에 톼근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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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최근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된 노동조합 조합원의 책상에서 PC와 전화기를 빼버린 모습.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일반직노조지회 제공

사측은 경영 사정이 어렵다며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입 사원을 뽑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현대중공업 인력개발부 문건을 보면 회사는 지난달 사무직 대졸 신입 사원 수십명을 채용했다.

우남용 일반직 노조 지회장은 “회사의 경영 사정이 어렵다고 희망 퇴직을 빙자한 정리해고를 하면서도 줄기차게 신입사원을 뽑고 부서에 배치하고 있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4일 전체 직원 2만8000명의 5%를 웃도는 1500명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이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정리해고의 경우 사측이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희망퇴직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해고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과장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우남용 지회장은 이날 “현대삼호 사무직 차장인데 희망퇴직 압박을 받고 있다”며 계열사 직원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미포조선의 경우 고졸 출신 직원들이 희망퇴직 우선 대상자로 추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희망퇴직 대상자 중 일부가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키고 있어 전산망 접근을 차단하거나 공용 컴퓨터를 치워버린 것”이라며 “신규 채용은 경영진 교체 전인 지난해 하반기 이미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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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인력개발부장이 지난달 31일 희망퇴직자 연장근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각 부서에 배포한 안내문.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일반직노조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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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에서도 희망퇴직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문자 메시지.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일반직노조지회 제공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입력 : 2015-02-09 11:06:31수정 : 2015-02-09 16:01:39